점심을 먹었는지 정말 궁금한 때도 있습니다
“밥 먹었어?”라는 말을 듣고 “응” 한마디로 대화를 마치는 경우를 떠올릴 수 있습니다. 반대로 배달 음식을 몇 인분 주문할지 세는 사람이라면, 이미 먹었는지가 꼭 필요한 정보일 수 있습니다. 같은 질문을 안부라고만 읽으면 한 사람 몫을 잘못 주문하게 됩니다.
국립국어원의 2016년 교육과정 보완 연구는 앞선 연구의 문화 교수 내용을 검토한 표에서 “어디 가세요?”, “밥 먹었어요?”를 인사 항목의 예로 싣습니다. 식사 질문이 인사로도 가르쳐진다는 근거입니다. 모든 식사 질문이 빈말이라는 조사나, 한국인이 약속을 얼마나 지키는지에 관한 통계는 아닙니다.
인사라는 분류를 알면 문장을 읽는 길이 하나 더 생깁니다. 그렇다고 음식 주문이라는 눈앞의 일을 지울 수는 없습니다. 무엇을 하던 중에 그 말을 들었는지가 여전히 남습니다.
이미 먹었는지와 앞으로 먹을지는 다릅니다
“밥 먹었어?”는 지금까지의 식사를 묻는 형태이고, “언제 밥 한번 먹자”는 앞으로 함께 식사하자는 제안입니다. 둘 다 밥이라는 단어가 있지만 답해야 할 일이 다릅니다. 앞의 교육과정 표를 근거로 두 번째 표현도 늘 인사에 불과하다고 판정할 수는 없습니다.
비교를 위해 헤어지는 대화를 하나 만들어 보겠습니다. A가 “다음에 밥 먹자”라고 하고 B가 “그래, 잘 들어가”라고 답합니다. 다시 만날 뜻은 표현했지만, 달력에 쓸 날짜와 장소는 아직 없습니다. 여기서 “진심이 전혀 없다”거나 “반드시 다음 주에 만난다”고 덧붙일 정보도 없습니다.
일본어의 「また今度」를 한국어로 옮길 때도, 그것이 어느 말에 대한 답인지 살펴야 합니다. 오늘의 초대를 미루는 답인지, 헤어지며 다음 만남을 말하는지에 따라 대화가 처리하는 일이 다릅니다. 밥이라는 공통 소재만으로 서로를 고정 번역으로 삼으면 그 차이가 가려집니다.
제안이 달력에 들어오기까지
이번에는 A가 한 문장을 더 보냅니다. “다음 주 화요일 점심은 어때? 회사 앞 식당에서.” 이제 날짜와 시간대, 장소 후보가 생겼습니다. B가 “그날은 출장이라 안 돼”라고 답한다면 약속은 성립하지 않습니다. 자세한 제안과 합의된 약속 사이에도 한 차례의 답이 남아 있습니다.
공개 아카이브의 날짜와 장소를 정하지 않은 작별 인사는 첫 대화와 가깝습니다. 다시 보자는 말이 있어도 예약 정보를 얻은 것으로 채점하지 않습니다. 반면 다음 주 화요일을 제안하는 회의 장면에는 상대가 답할 수 있는 일정 후보가 있습니다. 후보가 생겼다는 것까지 읽고, 이미 모두 동의했다고 앞서가지 않는 문제입니다.
이 글에서 두 공개 장면을 나란히 놓은 이유도 거기에 있습니다. 한국어와 일본어 중 어느 쪽이 더 솔직한지 겨루려는 비교가 아닙니다. 정해진 날짜가 없는 장면과 날짜를 제안한 장면에서, 독자가 얻는 정보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확인하려는 것입니다.
번역문에도 빈칸을 남겨 두기
위 창작 대화를 일본어로는 「今度、ご飯でも食べよう」, 영어로는 “Let's get something to eat sometime”이라는 뜻으로 옮길 수 있습니다. 원문에 없는 ‘다음 주’를 붙이면 제안의 범위가 바뀝니다. 반대로 화요일 점심과 식당이 적힌 두 번째 제안을 “언제 한번 보자”로 줄이면 일정 조율에 필요한 부분이 사라집니다.
같이 식사하고 싶다면 “좋아, 언제가 편해?”라고 한 걸음 더 물어볼 수 있습니다. 상대의 답을 듣기 전에는 식당을 예약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그 말이 진심인지 빈말인지 혼자 판정해야 한다는 부담은 꽤 줄어듭니다.
참고 자료
- 국제 통용 한국어 표준 교육과정 활용 점검 및 보완 연구 — 국립국어원 · 2016-12-15 · 확인일:
이 글의 수정 이력
- — 원문 확인 범위, 창작 예의 표시, 수락·거절·회신·약속의 차이와 세 언어 번역을 대조했습니다.